혜진이는 올해 e여대 2학년으로 소위 말하는 명문가 출신의 퀸카다. 168cm에 48kg로 늘씬한 몸매에 하얀 피부의 청순한 이미지의 소유자다. 청바지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녀는 등하교 때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의 주목을 받는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데이트에선 최소한 반은 본인이 밥값을 낼 정도로 성격도 ‘쿨’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재치와 유머는 어느 개그우먼 못지 않으며, 그녀의 해박한 지식은 그녀가 2년 연속 과 수석이라는 사실을 놀랍지 않게 한다.
집안이면 집안, 공부면 공부,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그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혜진이도 남다른 고민이 있다. 바로 하루에도 수 십 개씩 날아오는 소개팅 요청이다. 남자에도 관심이 많은지라 혜진이도 멋진 남학생과 데이트를 하고 싶지만, 문제는 상대를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소개팅 “지원자” 대부분은 명문 법대, 의대 아니면 치대 출신으로 키 180cm 이상에 몸무게 75kg, 얼굴은 당연 꽃미남에 고급차는 필수이다.
미국의 소위 명문 대학들이 매해 수만 건의 지원서를 받는데, 이 학교들의 입학사정관들도 매해 이 모든 지원자들을 보며 느끼는 심정은 혜진이가 느끼는 것과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여기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 예전에 코넬대학교 입학사정관은, “지원자들 95%는 객관적 자료(gpa, sat)가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사정관들은 주관적인 자료 즉, 에세이와 추천서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두 성적이 좋고, 엄청난 양의 과외활동을 한 상태에서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지는가는 결국 입학사정관들에게 지원자가 본인의 어떤 주관적인 데이터를 제출하여 그들의 마음에 들게 했냐에 달린 것이다. 그 주관적 판단을 돕는 자료가 에세이와 추천서이며, 이 중에서도 에세이다. (웬만큼 우수한 학생이면 학교에서 좋은 추천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혜진이는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고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김군은 대학이 마음에 드는데 이군은 집안이 자꾸 끌린다. (박군을 거절하자니 그의 외제 스포츠카가 조금 아쉽긴 하다.)
결국 혜진이가 선택한 방법은 모두 직접 만나보는 것이다. 만나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성격이 어떤지, 목소리는 어떤지, 풍기는 이미지가 어떤지 직접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관심사(interest)는 무엇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며, 인생의 계획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객관적인 스펙이 아닌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특히 지원자의 리더쉽, 열정 등 인간적인 면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스펙에서는 이런 주관적인 요소는 결코 알아낼 수가 없다.)
이런 반면, 소개팅 지원자들은 소개팅 주선자에게 본인의 장점들만을 골라 잘 얘기해달라고 부탁한다. 김군은 본인의 학벌, 이군은 본인의 집안 (박군은 외제스포츠카?)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본인의 스펙을 줄줄이 늘어놓거나 과장하여 본인을 최대한 멋진 남성으로 포장을 한다. 혜진이와 직접 만나서도 본인의 이런 면들을 과시하기에 바쁘다. 정작 혜진이는 어떤 생각으로 본인들을 평가할 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 명문대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자들이나 부모님들과는 사고방식이 매우 다르다. 매해 최고의 sat점수와 gpa, 무수한 과외활동 내역을 가지고도 ivy리그 학교에 모두 불합격 되는 예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반면, 기본 스펙이 지원자들의 평균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치고 붙는 학생들이 매해 있다.
우리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것이 미국 대학 입학의 특징이며 그 원천에는 입학 사정관들의 주관적 판단이 있다. 이들의 마인드를 읽는 것이 미국 대학 입학의 열쇠이며, 이러한 이해를 갖춘 상태에서 에세이와 원서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이 주관적 판단요소에서 타 지원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고 싶으면 지원서에 들어가는 에세이에서 본인의 차별화될 요소를 “적절하게” 나타내어야 하는데 아직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지원자들은 이 부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 된다. 사실, 입학 사정관들이 어떤 마인드로 학생을 뽑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성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
참치회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부위로 쳐주는 것이 가모도로(특뱃살)라고 한다. 미국 명문대 입학사정관들이 원하는 것은 가모도로인데 우리 생각에 건강에 좋다고 아무리 아나고를 갖다 바친들, 쳐다보기나 할까?
왜 아나고를 갖다 주는지 이해도 못할 것이며 벌써 다른 아나고들로 인해 신물이 났을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를 줄이지 않는 한 미국대학 지원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혜진이를 이해 못하는 김군, 이군, 박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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